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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24.9.30.] 국가 흥망 달린 망탈리테… 한국의 망탈리테가 변하고 있다(윤덕룡 대표이사)
  • 작성일 : 2024-10-04
  • 조회수 : 119
  • ㅇ 기고매체/일자: 이코노미조선(2024. 9. 30.)
    ㅇ 기고자:  윤덕룡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  
    ㅇ 온라인 기사 링크: 국가 흥망 달린 망탈리테… 한국의 망탈리테가 변하고 있다(economychosun.com)

     

    ‘망탈리테(mentalité)’는 ‘정신 구조’나 ‘사고방식’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개인 또는 집단의 사고방식, 문화적 인식을 뜻하는 용어다.

    이 개념은 프랑스 역사학자가 중심이 된 ‘아날 학파(École des Annales·연대기 학파)’ 에서 중요한 분석 도구로 사용하여 널리 알려졌다.

    이 학파는 망탈리테는 사회적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적 사고 패턴으로, 역사적 변화를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아날 학파는 유럽 전역의 패권을 장악했던 스페인의 흥망도 망탈리테로 설명한다.

    스페인은 1492년 그라나다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 이베리아반도를 통일했다. 같은 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광대한 해외 식민지를 거느린 제국으로 성장했다. 금과 은을 포함한 막대한 자원이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유입되면서 16세기 유럽의가장 강대한 국가로 부상했다. 특히 필리프 2세는 무적함대를 앞세워 유럽의 패권을 장악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1588년 영국과 전쟁에서 무적함대가 패배하면서 군사적 위상이 추락했고 그 후 30년 전쟁에서 패하면서 스페인은 쇠퇴의 길을 걸었다. 

     

    아날 학파는 이러한 스페인의 약화 원인을 전쟁 패배에서 찾기보다는 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게 만든 당시 스페인 사회 지배 집단의 오만한 망탈리테로 설명한다. 당시 귀족이 상업과 무역으로 흥기했음에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전통적으로 농업만을 중요시한 정신적 경향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국제적 조류인 무역을 받아들이지 않고 국제 경쟁력이 있는 산업 육성을 도외시해 국력이 약화하고 패전과 쇠퇴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프랑스혁명도 마찬가지다. 아날 학파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사고방식, 즉 왕권신수설에 기초한 절대왕정 체제가 사회적 망탈리테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새로운 요구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혁명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시민계급은 산업혁명으로 경제적 부를 축적하고 있는데 지방 귀족과 왕실은 권력과 부를 독점하면서 상공업의 성장을 억압했고, 민중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와 같은 보수적 사고방식과 비탄력적인 정치 구조는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나타난 대중의 역량 증가와 망탈리테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했다. 그 결과 사회적 긴장과 불만이 심화해 혁명이라는 형태로 폭발하게 됐다. 아날 학파는 프랑스혁명을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장기적인 문화적 변화와 그 속에서 망탈리테의 변화가 발생한 결과로 보았다. 

     

    미국은 19세기부터 사회 전반에 형성된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망탈리테가 기반이 돼 성장한 것으로 설명된다. 개인의 자유와 기회, 성공에 대한 믿음이 프런티어 정신(개척 정신)으로 자리 잡아 많은 사람이 미국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여겼다.

    이 영향으로 미국 사회 전반에 혁신과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미국은 이런 망탈리테를 바탕으로 제1·2차 세계대전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세계 패권을 잡는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고도의 경제성장을 통해 빈곤국에서 선진국으로 전환한 대표적 국가다. 2022년에는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최초로 일본을 앞선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았다. 한국의 경제적 성과는 경제개발오개년계획을 비롯한 국가 주도의 성장 정책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고유한 망탈리테로 설명하기도 한다. 유교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국가 발전에 대한 국민의 열망, 교육과 성실성에 대한 가치, 위기를 극복하려는 집단적 노력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망탈리테가 변하고 있다. 영국의 레가툼연구소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번영 지수에서 한국의 종합 순위는 2023년 167개국 중 29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 지수는 107위를 차지했다. 사회적 규범, 타인과 관계, 사회적 연결망 등을 포괄하는 지수다. 지난해보다 12단계 하락한 수치다. 한국 사회를 번영으로 이끈 망탈리테가 반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두려워해야 할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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