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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24.12.30.] 국가의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윤덕룡 대표이사)
  • 작성일 : 2024-12-30
  • 조회수 : 23
  • ㅇ 기고매체/일자: 이코노미조선(2024. 12. 30.)
    ㅇ 기고자:  윤덕룡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  
    ㅇ 온라인 기사 링크: 국가의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윤덕룡 대표이사)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은 대런 아제모글루(Daron Acemoglu), 사이먼 존슨 (Simon Johnson), 제임스 로빈슨 (James A. Robin-son) 세 명의 경제학자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국가의 경제적 번영에 있어 사회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한 연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통적으로 제도에 대한 연구는 계량적인 방법으로 명확한 결론을 내기 어려워서 주류 경제학에서 인정받기 어려웠다. 그러나 상기 학자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연구해 자기주장을 학문적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아제모글루와 로빈슨이 공저한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는 한국에서도 널리 주목받은 책이다. 저자들은 법치 같은 제도적 틀을 갖추었는지에만 주목하지 않고 ‘제도의 질’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제도적 질에 대한 평가는 ‘착취적인’ 제도인지, 아니면 ‘포용적’ 제도인지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정통 경제학은 자본과 노동, 기술을 한 국가의 생산수준을 결정하는 요소로 규정했고 제도는 이 요소의 투입 과정에 소요되는 거래 비용을 결정하는 부차적인 요인으로 다뤄왔다. 그러나 이 책은 한 국가의 제도가 생산수준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으로 설명한다.

     

    그렇다면 한 국가의 제도는 무엇이 결정하는가. 저자들은 한 국가의 제도는 역사적 경로에 의해 결정되지만, 결정적 전환점(criti-cal juncture)에서 변화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영국은 왕과 그 주변 귀족이 백성을 착취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1688년 명예혁명을 통해 의회가 왕의 권한을 제한하는 데 성공하면서 제도 변화에도 성공했다. 의회는 왕이 특정 생산자에게 독점적 지위를 제공하는 것을 중지시킴으로써 새로운 기술의 발달과 경쟁을 통한 사회적 효율성 제고를 가져왔다. 그 결과 영국은 강대국으로 나아가는 변화를 맞았다. 반면 스페인은 왕과 귀족이 기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독점권을 행사하고 국내의 기술 발달을 막음으로써 해외에서 들여오는 자원 의존율을 높였고 착취적인 제도를 지켰다. 그 결과 스페인은 경제력이 쇠약해졌고 정치적으로도 혼란에 빠졌다.

     

    저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한 사회의 위기는 결정적 전환점을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한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존 엘리트 집단이 새로운 엘리트 집단으로 교체되거나 사회적 규칙에 변화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해도 제도적 변화가 단기적으로 충격을 수습하는 데 그치거나 이전보다 포용적 제도로 전환하지 못하면 다시 위기가 발생하거나 국가가 쇠약해지는 경로를 걷게 된다.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는 제도적 차이에 의해 경제적 성과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대표적 사례로 제시된다. 이 책은 남북한 간 밤의 불빛 차이로 격차를 설명하는 사진을 실어서 이후 많은 사람에 의해 활용됐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국회에 의해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는 사건이 역사상 세 번째로 발생했다. 다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통령의 미래가 맡겨졌다. 한국 사회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제투자와 무역 거래 등 국제 업무가 타격받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고 이끌어 갈 주체 없이 관리형 정부가 당분간 행정을 맡게 되자 국내 경제활동도 둔화하고 있다. 왜 이런 정치적 위기가 반복되는 것일까.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위기 발생에도 불구하고 착취적 제도에서 포용적 제도로 충분히 전환되지 못하면 반복해서 위기가 찾아온다. 한국 사회는 다시 결정적 전환점에 서 있다. 탄핵 인용 여부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어떤 제도적 변화가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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