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상반기 9000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가 7월 13일 7000선을 깨고 조정 상태에 들어갔다. 급등락하면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지시키는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하루가 멀다고 발동되는 혼란도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 상승을 이끈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조차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하자 개인투자자가 다시 국장(한국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개인의 미장(미국 주식시장) 투자는 6월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학개미는 미국 주식을 2억3366만달러(약 3504억원) 순매수했다. 미장이 글로벌 투자를 끌어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수익률’이다.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따르면, S&P500의 연간 명목 총수익률(배당 재투자 포함)은 1928~2024년 연평균(기하평균) 10.03%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반영한 실질 수익률도 6.8%에 달한다. 100년 가까운 통계가 미장 투자수익률을 보증해 온 것이 글로벌 투자를 끌어들이는 힘이다.
미국 주가의 장기 우상향 곡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첫째,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실물경제의 생산성 증가다. 기업이 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실제 이익을 키우기 때문이다. 기업의 지속적인 혁신으로 상장 기업의 이익이 구조적으로 불어나고, 주식은 그 이익에 대한 청구권이므로 지수도 함께 상승한다. 둘째, 기업의 이익이 주주에게 흘러가도록 제도가 짜여 있다. 미국 경영진은 법과 문화에 따라 주주 가치 제고 의무를 지고, 이사회가 이를 책임진다. 경영진이 의무를 게을리하면 인수 위협과 행동주의가 그 규율을 강제한다. 그 결과가 자본 환원이다. 지난해 9월까지 1년간 S&P500 기업이 사들인 자사주는 1조달러(약 1500조원)를 넘었고, 배당까지 더한 주주 환원은 약 1조7000억달러(약 2549조원)에 이르렀다. 벌어들인 것을 쌓아 두지 않고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이 미국 주가 우상향의 엔진이다. 셋째, 상시적인 매수 기반이다. 퇴직연금 제도가 매달 자동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구조여서 유동성이 지속적으로 공급된다. 달러의 기축통화지위 덕분에 통화가 불안정한 국가의 자금도 계속해서 미국 시장에 유입된다. 발달한 금융시장과 안정적인 관리 체계로 글로벌 유휴자금이 꾸준히 흘러들어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넷째, 지수 자체의 자기 갱신이다. S&P500은 고정된 바스켓이 아니다. 쇠퇴하는 기업은 제외되고 새로운 승자가 들어와 새 명단을 만든다. 우상향 주가 곡선의 상당 부분은 경쟁력 있는 기업의 끊임없는 교체가 낳은 결과다.
여기까지 보면 코스피가 장기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위한 과제도 드러난다. 첫째는 기업 지배구조다. 오랫동안 기업 경영진이 소액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뿌리로 지적되어왔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넓어졌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도 입법돼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관행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는 수요 기반의 확대다. 한국 가계는 자산 3분의 2 이상을 부동산에 묶어 두고 있다. 미국의 퇴직연금 같은 상시 매수 엔진도 아직 약하다. 자금이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 단기에서 장기로 옮겨 갈 통로를 세제와 연금 제도로 열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미국 증시가 우상향한 것은 누군가 지수를 올리려 했기 때문이 아니라, 가치가 주주에게 흐르도록 금융시장의 질서가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주가지수는 정부가 겨냥해야 할 과녁이 아니라 건전한 질서가 낳는 결과물이어야 한다. 지배구조 개혁을 비롯한 제도 변화는 주가의 저평가를 걷어내는 일회성 재평가를 가져올 수는 있어도, 그 위에 이익이 계속 자라는 성장 엔진이 없으면 우상향은 이어지지 않는다. 이익을 키우는 힘과 그 이익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질서. 그 두 가지가 만나는 자리에서만 우상향이 지속될 수 있다.
출처: 이코노미조선(http://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