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 25.10.27.] 富도, 일자리도 내놓기 싫은 베이비붐 세대(윤덕룡 대표이사)
○ 기고매체/일자: 이코노미조선(2025. 10. 27.)
○ 기고자: 윤덕룡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
○ 온라인 기사 링크: 富도, 일자리도 내놓기 싫은 베이비붐 세대
세계 곳곳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의 문턱에 서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1946~1964년생 베이비붐 세대가 줄줄이 65세를 넘기며 거대한 은퇴 물결이 정점을 향하고 있다.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이 세대의 퇴장은 노동시장과 연금제도, 소비구조 전반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숙련 인력의 이탈, 노동 공급 감소, 소비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노후 대비 부족’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미시간대 건강·은퇴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1959~1964년생 ‘피크 붐(Peak Boom)’ 세대의 절반 이상이 자산 25만달러(약 3억4000만원) 미만에 머물러 있다. 생활비, 의료비, 주거비는 오르는데 저축은 부족하다 보니 은퇴를 미루거나 ‘반(半)은퇴’ 상태로 재취업하는 이들이늘고 있다. 이제 은퇴는 일의 끝이 아니라 ‘다시 일의 시작’이 된 셈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나라일수록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은퇴 재디자인(Redesign Retire-ment)’이라는 개념이 확산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리뷰(HBR)는 “숙련 인력의 공백을 메울 다른 방법이 없다”며 고령 근로자와 기업 간의 새로운 고용 계약, 즉 ‘뉴딜(New Deal)’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미국 노동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 UC 버클리 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반대의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는 전후 번영의 혜택을 누렸지만, 그 번영을 확산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기성세대가 공공 정책과 복지 제도 강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지금처럼 세대 간 불평등이 심화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라이시 교수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자기 세대의 노후가 아니라, 다음 세대가 살아갈 사회구조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시장을 붙잡고 있기보다 젊은 세대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숙련 인력의 공백을 걱정하기보다 젊은 세대가 도전하고 성장할 여지를 주는 것이 더 역동적인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베이비붐 세대는 자기들이 만들어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705만 명으로, 인구의 13.7%를 차지하며 이미 법정 정년을 넘겼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는 954만 명으로 18.6%를 차지하며, 2024년부터 차례대로 은퇴기에 들어섰다.
한국은행은 이들의 은퇴가 노동 공급 축소와 소비 위축을 초래해 경제성장률을 연 0.3~0.4%포인트 낮출 것으로 전망한다.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된 2015~2023년, 성장률은 매년 평균 0.33%포인트 하락했다는 분석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49.4세다. 연금과 사회보장 제도가 서구보다 미비해 많은 이가 퇴직 후에도 일터를 떠나지 못한다. 그 결과 60세 이상 취업자는 700만 명을 넘어섰고, 이제는 모든 연령대 중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은 집단이 60대 이상이다.
그러나 이 세대 역시 경제적 불평등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주택의 60%를 50대 이상이 소유하고, 토지의 65%는 60대 이상이 차지하고 있다. 청년에게 기회를 나눠줘야 하지만, 현실은 ‘부도, 일자리도 내놓기 싫은’ 세대가 돼버렸다.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연착륙과 청년 세대의 이륙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부도, 일자리도 움켜쥔 채 다음 세대를 막는다면, 결국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출처: 이코노미조선(http://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