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현지시각) 독일 작센-안할트 주 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으로 분류되는 ‘독일대안당(AfD·이하 대안당)’이 43.8%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전체 83석 가운데 39석을 차지해 단독 과반(42석)에 불과 3석이 모자란 제1당이 됐다. 2021년 선거 득표율(20.8%)의 두 배가 넘는 결과다.
대안당은 독일 연방헌법수호청(BfV)이 2025년 5월 ‘확인된 극우 단체’로 지정해 법정 다툼이 진행 중인 정당이다. 지난 2월 쾰른 행정법원이 본안 판결 전까지 이 지정의 효력을 정지했지만, 작센-안할트주 지부는 이미 2023년부터 주 헌법수호청으로부터 극우 판정을 받은 상태다. 이런 정당이 제1당에 오르면서 독일 정치권은 큰 충격에 빠졌다.
대안당은 2013년 유로존 위기 국면에서 탄생했다. 그리스 구제금융과 유로화 체제에 반대한 독일 함부르크대 경제학자 베른트 루케(Bernd Lucke)가 창당을 주도했고, 경제학자와 언론인 등 보수 지식인이 중심이어서 ‘교수 정당’으로 불렸다.
당의 성격이 바뀐 것은 2015년이다. 그해 여름 당권 경쟁에서 밀려난 루케가 탈당하고, 뒤이은 시리아 난민 위기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개방정책에 대한 반발을 흡수하면서 반이민·반이슬람 노선이 전면에 섰다. 지지층도 이민과 치안에 불안을 느끼는 일반 대중으로 넓어졌다. 2017년 12.6%로 첫 원내 진입과 동시에 제3당이 됐지만, 2021년에는 10.3%로 주춤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 속에서 민생을 앞세우며 다시 세를 키웠다.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15.9%로 독일 내 2위에 올랐고, 2025년 2월 연방하원 선거에서는 20.8%를 얻어 제2당 지위를 굳혔다.
전국 차원의 흐름도 다르지 않다. 독일에서는 “이번 일요일에 연방의회 선거가 있다면 어느 당을 찍겠는가”를 묻는 ‘일요일 질문’ 여론조사가 정치 동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대안당은 지난해 9월 공영방송 ZDF의 조사에서 처음으로 기민·기사연합(CDU/CSU)과 동률을 이룬 뒤 대부분 조사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7월 말에는 이 조사 사상 최고치인 28%를 기록해 연합(23%)과 격차를 5%포인트로 벌렸고, 9월 ARD 조사에서도 27%로 연합(21%)을 앞섰다.
대안당이 급성장한 배경은 기존 거대 정당이 풀지 못한 국민의 불만을 정치 의제로 끌어낸 데 있다. 올해 선거에서 대안당이 내건 핵심 의제는 이민 억제, 치안 강화, 에너지 가격 안정, 경제 활성화 그리고 독일인 중심의 사회적 지원이었다. 구동독 5개 주가 핵심 지지 기반이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독 지역은 통일 이후에도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서독에 뒤처져 있고, 이런 소외감이 대안당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공약 상당수가 재원 대책이 불분명하거나 연방 정부 권한에 속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유권자는 실현 가능성보다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을 표로 드러냈다.
한국에서도 최근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 불만이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우리나라는 독일처럼 신생 정당이 빠르게 원내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약하다. 그러나 불만이 제도권에서 해소되지 않으면 해법의 타당성과 상관없이 불만을 대변하는 세력이 힘을 얻는다. 독일,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의 우경화는 성장 둔화에 따른 분배 갈등과 생활고에서 촉발되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 들어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성장률 전망이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 다수는 이를 체감하지 못한 채 ‘그들만의 잔치’로 여기는 분위기다. 인구 감소와 잠재성장률 하락 기조 속에서 성장률의 반짝 상승은 국민 삶에 와닿기 어렵다.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삶이 나아지고 있다는 체감 그리고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지지는 결국 민생이 결정한다.
출처: 이코노미조선(http://economychosun.com)